영화

겨울왕국2(더빙) 를 봤다

신가오 2019. 12. 3. 20:40

겨울왕국은 어쩐지 더빙으로 봐줘야 <frozen>이 아닌 <겨울왕국>을 본 것 같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이 더 귓가에 맴돌 만큼 더빙 버전을 좋아하는데

이번 더빙판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한때는 더빙보다는 원어가 제맛이지~ 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만연해진 허세같고....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나오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더 생생하게 받아들인다고 확신한다.

암만 원어로 봐봤자 자막이 나오는 이상 자막에 의존하게 되니까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매번 나오는 번역 문제는 입 아픈 현실이고.

이번 겨울왕국 자막에도 2가지 오류가 나오는데 (얼음 장판과 가면무도회) 더빙 부분에서는 제대로 번역되어 있다.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보니 대사 번역자로 다른 분의 이름이 올라가셨는데

자막과 더빙용 대사는 따로 번역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여하튼 더빙에 관해서 과도한 의역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집어넣는다거나 하는 건 정말 옛날 옛적 일이다.

부르는 호칭이나 말투가 자연스럽고 화면을 방해하는 자막이 없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 공들여 만드는 더빙이라면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면) 더빙 버전을 꼭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번이 삼차 관람이었는데 단순히 세 번째 봐서인지 더빙으로 봐서 인지 몰라도 스토리에 개연성이 좀 더 다듬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사심을 넣자면 자막으로 세번 봤다면 지금처럼 만족하진 않았을 거다.

아무리 자막을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눈이 가기 때문에 전경과 배경이 뒤 바뀌어 스크린을 꼼꼼하게 보지 못하게 되는데

자막이 아예 없으니 화면만 오롯이 즐기고 좋았다. 

그리고 사운드에까지 집중하게 되어서 MX관에서 관람했을 때 보다 더 풍부하게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다.

엘사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타고 떠났던 배에 스며든 물의 기억을 불러내는 장면에서 아주 작은 물방울 소리가 깔려 있는 것을 이번에야 듣고 놀랐다.

농담도 매끄러웠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막 보다 더 스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잘 손본 것 같았다.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기보다는 감탄으로 놀랐던 적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만 기억을 쥐어짜자면

올라프가 <어른이 된다는 것>을 부르기 전에 게일의 장난을 마주하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 말투가 정말이지 너무나 그럴수도 있지 하는 말투여서 자막으로 봤을 때 보다 더 웃겼다.

또 게일의 폭풍 안으로 들어갈 때 멀미할 것 같다는 안나한테 농담을 하는 올라프도 더 재밌었다. 

확실히 시야가 넓어져서 그런지 올라프 팔이 뒤에 달린 걸 이제야 발견했다. 

언어적 센스가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막으로 볼 때는 같은 말을 봐도 엉뚱하게 이해하고 맥락을 놓치곤 하는데

<해야 할 일>은 이제야 제대로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일단 녹아가는 올라프가 "엘사가 아주 먼 곳으로 갔나 봐요."라고 한 것을 말 물리적으로 먼 곳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말로 들으니까 그 '먼 곳'이 죽음을 빗댔구나 바로 맥락이 읽혔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유에 약한 것이.... 아주 큰 흠이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또 안나의 상황이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것은 처음이라던 안나의 말이 더 잘 와 닿았다.

자막을 봤을 때는 단순 푸념처럼 느껴졌는데 사랑하는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을 차례로 잃는 그 감정이 더 잘 느껴졌다.

더빙에서는 올라프가 물의 기억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의 이론이라고 주장하는데

물의 기억과 올라프와의 관계성이 더 잘 느껴진다.

그동안 올라프가 몇 차례 다시 태어났음에도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단순히 엘사의 마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물의 기억으로 인해 올라프가 이전의 일들도 기억하는 것이구나를 확신하게 되었다.

자막으로 봤으면 백 퍼센트 놓쳤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더빙에서 볼 수 있는 큰 특징은 아마 호칭일 거다. 

엘사는 엘사라고 불려지기보다는 여왕님이나 엘사 언니 혹은 언니라고 많이 불린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프가 꼬박꼬박 엘사를 여왕님이라고 칭하는 것과

안나가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더빙에서는 아주 귀여운 안나의 버릇이 나오는데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라던지 "언니 언니"처럼 안돼 와 언니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다.

"안돼 안돼 안돼 언니"가 정말... 너무 귀엽다. 

 

아마 삼차가 마지막 관람이 되겠지만

한 번 더 보게 된다면 더빙을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