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롤: 월드 투어(더빙, 4차 관람) 를 봤다.

신가오 2020. 5. 4. 20:19

예고 했던 대로 4차 관람.

요즘 본 영화가 없어서 상당히 오래 음미했다. 

애들 보는 거라고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 트롤의 메시지가 더 크게 와닿았는데

그래서 트롤의 메시지를 자주 생각하고 있었고

계속 되새기다가 다시 영화를 보니 임팩트가 더 크게 느껴졌다.

 

보면 볼 수록 느끼는 것은 

트롤은 아동용 영화라고 하기에 너무 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거다.

"내가 나답기 위해서는 모두가 달라야 한다."
캬... 

보호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남긴 후기는 보통 '정신 없다.'인데

정신 없이 흘러가는 우당탕탕 스토리 전반에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이 메시지를 끌고 가는게 대단하다. 

영화 속에서는 "다르다"가 거의 파피 이름 만큼이나 자주 나온다. 

참 신기한 게 다르다는 말을 할 때마다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데 다음 관람에서는 이 부분을 더 주위 깊게 얘기 하고 싶다.

 

지난 관람 때도 살짝 언급했지만

트롤: 월드 투어는 팝과 주류 문화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

"너희는 이미 한 번 일을 망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잘해라."

주인공인 팝트롤이 마냥 깨끗하지만은 않은 점도 이러한 실태에서 비롯됐다.

내가 매번 졸음의 유혹을 느끼는 펑크 트롤 부분이 가장 노골적으로 꼬집는데

그래서 랩부분의 가사를 유심히 들어야 한다.

노래 자체가 그루브해서 그런지 자막으로 봤을 때는 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자막을 읽는데 집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더빙으로 보면 소리와 영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특히 이 파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랩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다는 말도 보긴 봤는데...

4차 관람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썩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펑크 트롤이 나오는 씬을 좋아하진 않지만

노래 가사와 대사들만 보았을 때는 가장 쿨하다.

팝 트롤의 유구한 전통인 스크랩북 만들기를 "자르고 꾸몄겠지"라며 조작으로 격하시키는 순간은 정말이지 베스트이다. (뿌이뿌이뿌-)

 

"다르다"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가지 인 것 같다.

"우리는 달라. 그렇지만 하나야"와 "우리는 달라. 그냥 다를 뿐이야."

뭐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파피의 입장이라 볼 수 있는 첫번 째 태도는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자칫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라는 말이 주는 인류애적 뉘앙스 때문에 많이들 간과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하드록 트롤 바브와 팝 트롤들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하나가 되는 것의 오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하나라고 할 때 그 말이 주는 위로와 연대감은 달콤하지만

다른 것은 다를 뿐 하나로 보일 이유도 없고 하나로 보여서도 안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보여주었다.

 

섬세하게 보지 않았을 때는 그냥 지나쳤지만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포인트를 눈치 채고 나니까 <트롤: 월드 투어>가 얼마나 메시지 전달에 힘을 많이 쏟은 영화인지 알게 되었다. 

더빙 기준으로 파피가 바브에게 붙잡혔을 때 "날 내버려둬!" 라고 외친다.

하지만 바브는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단순히 괴롭히고 싶어서 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이냐가 아니라 어떤 것이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나름의 논리를 갖추었음에도 바브마저도 그 관계 속에서 행복하지 못하다. 

결국 파피는 해방을 찾고, 바브는 모두가 누리는 진정한 자유 속에서 되레 갈피를 잃어 버린다. 

이때 혼란스러워 하는 바브에게 아버지가 하는 말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도록 놔둬. 너도 그렇게 살고."이다. (너무 쿨---캬)

이 지점이 흥미로운데 자유를 선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바브이지만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버려둠"이 라는 말로 살짝 가려놓았지만 자유에 대한 철학이 제대로 보여 멋졌다. 

 

바브가 파멸을 위해 파피에게 기타를 건낸 것과 반대로

스스로를 구원하라는 의미로 바브에게 기타를 건내는 파프도 대비가 되어 더 멋있는 장면이었고.

 

아... 트롤.... 귀여운 친구들이 사랑스럽게 노래하고 춤추는 행복한 영화인줄 알았더니

마음 속에 품고 살면 멋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제대로 쿨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