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최근 만난 친구에게 추천 받은 책이다.
요즘에 책에 통 관심이 없어서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이미 두 친구가 재미있다며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하기야 올해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읽는 다 한들 정세랑 작가의 책이거나, 고전이거나, 비소설밖에 없었으니 생소할만 했다.
여튼 내가 좋아하는 친구 둘이 나누는 감상에 끼고 싶어서 얼른 읽기로 마음 먹었다.
책 자체는 금방 읽었고 3군데 정도 접힌 그런 책이었다.
사실은 왜 그렇게 추천했는지 잘 모르겠다.
공감되는구석은 많았는데 나에게는 딱 그정도에 머물렀지 주제를 던저준다거나 고민을 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 나오는 <잘 살겠습니다>는 아주 강렬하게 재밌었다.
언제나 제 3자의 입장에서만 만나게 되는 '빛나'들의 이야기가 꼭 가십 듣는 것처럼 흥미로웠는데 그 후의 이야기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이렇게 짧은 얘기로 끝날 게 아닌데 금방 끝나 버린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제일 재밌게 읽었던 것은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나도 좀 촌놈이라 아직까지 일본에 가지 않았다.
사실 갈 계획도 없다.
가서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몇 있는데 과연 갈런지는 모르겠다. 일본은 너무 가까워서 너무 멀다.
여튼 나름 자신이 꽤 괜찮으며 연애 시장에서도 꽤나 잘 팔린다고 우쭐하는 한국남자 지훈이 수작질을 하다가 한방 먹는 장면들에서 깔깔 웃었다.
그간 지훈의 필터가 씌어진 소감들로만 지유를 보다가 처음으로 지유의 진짜 자아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는데 통쾌했다.
줄곧 지유는 자신과 대화가 되는 여자라며 은근한 평가를 칭찬이냥 하던 지훈에게
지유는 대화가 통한 게 아니라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하고 되묻는다.
얼마나 맞는 말인지. 진짜.. 웃겨죽는 줄 알았다.
그 페이지 내내 소리내서 깔깔 웃었는데 웃자마다 또 왜 인지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울 이유가 없는데 왜 울었는 지를 모르겠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지훈의 모습에서 나를 찾아서 인 것같다.
단순히 애정문제를 떠나 지훈은 내내 혼자 착각하고 혼자 좋을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안 그런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래서 더 뼈를 맞았다.
남들은 다 그렇게 살아도 난 안그러고 싶지만 결국 보면 그 마저도 스스로를 눈속임했을 뿐 나도 그저그런 뻔한 인간인걸 확인할 때마다 초라해진다.
노골적으로 추한 우월감에 젖어 착각 속에 사는 그남을 보니 눈물이 난 거였다.
나도 꼭 저러고 사는 것 같아서.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기쁨과 슬픔>도 좋아한다.
일단 최근 중고거래 앱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서 친근하기도 했고
차근차근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맞게 되는 진실이 처절해서 두고 두고 생각이 났다.
장강명의 <산자들>이 확 생각나는 편이기도 했는데
두 가지 의미의 '산' 자들이 동시에 나와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산자들 보다야 나의 기쁨과 슬픔이 더 맘에 든다.
간만에 한국 소설을 읽었는데 더 많이 읽어야겠다.
더 많이 읽어야 더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을테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하나 더 남기면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를 읽고 나서
그토록 찾던,,, 후쿠오카... 트레이드 카드를 샀다.
그래서 왠지 연관 짓고만 싶어진다.
내가 요즘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돈을 쓰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집을 위해서.
사실 나는 이미 훌륭한 수집가로써 신제품 출시 예정과 동시에 예약구매를 하는 성실한 구매자이지만
가끔 이상하게 이성이 발동될 때가 있다.
저건 내 콜렉션과 맞지 않아 혹은 콜렉션에 끼울 수는 있는데 규격이 좀 달라서 완벽하게 들어맞진 않아 라든지.
사지 않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사지 않았는데
한가한 때에, 수집으로 나가야할 돈이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할 때에는 기어코 수집욕이 발동하고 만다.
그래서 요즘엔 기준을 빡세게 세워서 '이런 걸 누가 사?' 싶어도 내 리스트와 접점만 있으면 일단 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취미는 3개의 중고 앱과 일본의 중고 사이트까지 시간대별로 방문하여 매물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꽤 괜찮다.
괜찮다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찾고자 하는 물건을 찾았기 때문이지 돈은 엉망진창 쓰고 있다.
그럼에도 돈 보다 시간을 더 많이 들였다는 것을 지금 막 깨달아서 지금 막 약간이지만 후회스러워졌다.
눈알이 빠질만큼 비싼 카드 한 장을 사기도 했고
내 콜렉션 리스트에 끼우지 않으려고 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그것도 새상품을로 게다가 좋은 가격에 올라와서 냉큼 사기도 했다.
중고 거래를 하다보면 참 재밌는 것이
어떤 것들은 과대 평가 되어있고 어떤 것들은 과소 평가 되어있다.
나는 과소평가 된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너무 좋은 척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혹시라도 판매자가 그 가치를 알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
한번 파격적으로 비싼 걸 한번 사서 그런지
그 뒤로는 왠만큼 플미가 붙여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가 않고 그냥 사버리고 싶다.
살까 말까 고민하면 고민하는 시간 만큼 가격이 오른다는 게 진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 야속한게 시간을 정해두고 체크하는데도
그 사이에 물건이 올라왔다가 솔드아웃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쓰리기 보다는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처럼 다음에는 기필코 겟하겠다는 다짐으로 흥분하게 된다.
이런데에 재미 붙이면 안되는데 중독 된 것 같다.
여튼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를 읽고 난 후 늦은 저녁을 정리하려던 차에
뜬 거다!나의 후쿠오카 트레이드 카드가!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긴다면 비싼 수수료를 내더라도 사이트에서 바로 사려고 했는데
하필 일본 배송 한정이라 급히 브로커를 찾았고
원래 거래하던 업자는 연락 두절이라 새 업자에게까지 견적 요청을 했다.
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판매자는 가격을 다운 시켜서 좀 더 초조해졌다.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유학 중인 친구에게 링크를 보낸거다.
참 미친 타이밍인게 친구도 속전속결이라 내 메시지를 확인하자 마자 구매부터 해버렸고ㅋㅋ
친구가 구매를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두 업자도 각각
'밤 중에 연락은 아니지 않냐'라는 메시지와 '견적과 계좌번호'를 보내왔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나의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 친구는 가보았으려나 호쿠오카에.
1월에 온다고 하는데 빨리 보고싶다.
카드 말고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