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시사회에 다녀왔다
어딘가 어리숙해 보여서 늘 마음이 쓰이게 하는 나의 영화 동반자 메가박스에서 하는 시사회에 다녀왔다.
굳이 시사회에 당첨되지 않아도 후다닥 달려가서 보았을 거였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좋아하는 선배와 보러 갔다.
예고편만 봐도 대강 그려지는 이야기가 있고 뻔하게 보이는 뭔가가 있을 건데
절대!! 그게 다가 아니다.
까 보면 할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너~~~ 무 많다.
큰 이야기의 갈래는 하나지만 사람마다 마음을 주고 싶어 하는 지점은 다 다를 것 같다.
그만큼 담고 있는 이야기들과 디테일이 많다.
여자가 주인공이라고 벌써부터 메갈 영화라고 하는 속 좁은 사람들이 간혹 보이는데
1995년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를 그런 식으로 흠집 내고 싶어 하는 것이 참 안됐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안 보면 손해다.
영화 후기를 남기면서 스포일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개봉 전이다 보니 구체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도 어차피 정식 개봉 후에 다시 보러 갈 예정이니까 그때 한 번 더 후기를 남겨야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이다.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많이들 보러 가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싹 다 보러 갔으면 좋겠고
인터넷에서 손가락 좀 턴다는 사람들도 싹 다 보러 가서 매일 영업해주면 좋겠다.
사실 지금 상영 표를 쓰윽 보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상업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딱이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데 보고 나면 건강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남는다.
그래서 장르는 다르긴 하지만 <엑시트>가 생각난다.
가진 것은 없어도 옳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서투르고 꼬질꼬질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닮았다.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저평가될 수 도 있지만
나는 이런 메시지를 주는 영화들은 아주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본질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훌륭한 연출과 화면 음악은 언제나 두 번째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난 뭘 읽어 냈어, 난 뭐가 브릴리언트 하더라 이런 감상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고
농도 짙은 대화 후에는 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그래도 영화가 끝난 후에 다짜고짜 '우와 재밌다~~ 내 안의 정의가 꿈틀 해...' 요런 유치한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가 언제나 좀 더 좋다.
두고두고 회자되진 않을 수 있어도 어쨌거나 그 순간에 아주 선한 기운을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 땡큐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여가자 많이 나와서 보려고 한 거였기 때문에
다소 완성도나 작품성이 떨어져도, 이야기가 지루하게 진행되어도 높은 점수를 주려고 했다.
어쨌든 난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보고 싶은 소비자이니까.
그렇지만 정말 단언컨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쓸데없이 갈등하거나 지체 없이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지만
중간중간 트위스트가 있어서 너무 뻔하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개 구성에 있어서 강약 조절도 훌륭했다.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만들어 내는데 결부분에서 다소 투머치 하다고 느낄 수 도 있지만
원래 이런 영화는 결에서 투머치 하기 때문에 재밌는 거다.
신파만 아니면 됐지 뭐.
영화 속에서 그려낸 if의 모습들이 좋았다.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지금도 그 영향 속에 살 수 있었을 텐데.
정말 그랬으면. 정말 그랬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그런 세상이 그땐 없었고 아직도 오진 않았지만
그런 세상이 상식이 되어 멀지 않은 미래에는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혼자 진실을 말하면 발칙한 일이 되지만
모두가 진실을 말하면 정의가 되고 당연한 일이 됨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누가 먼저 발칙한 짓을 저지를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꺼이 다 함께 발칙함에 동참하는 거야 말로 중요하다.
다 같이 발칙한 짓을 해보자.
세상에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