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을 봤다.

매번 이런 얘기만 하는 거 같은데...

난 마고 로비를 아주 좋아한다ㅎㅎ

그래서 당근 버즈 오브 프레이를 보러 가야만 했다. 

무심하게도 버즈 오브 프레이 buzz of pray인 줄 알고 있었는데

birds of prey라고 해서 놀랐다. 

맹금류라는 뜻이었구나...

 

마고 로비표 할리 퀸의 첫 등장이었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의 할리 퀸은 반응은 꽤 뜨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코스튬도 유행했었고 비중에 비해서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도 임팩트가 굉장히 컸으니까.

게다가 몇 해전 개봉한 <오션스 8>가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 크루 물이라는 이유로 흥행했던 것을 떠올리며

<버즈 오브 프레이>도 상당히 인기가 많지 않을까 예측했었다.

 

그런데 버즈 오브 프레이에 진심이었던 건 나뿐이었나 보다. 

주변에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서는 본 친구가 없고 (도대체 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정말 조커 때문에 본 건가?)

인터넷 평점을 봐도 성별로 극단적으로 점수가 나뉘는 거 같고 (진짜 봤으면 그런 말 못 할 텐데)
도대체 뭐가 장벽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기대에 비해 화제가 되지 않아서 괜히 속상했다.

 

버즈 오브 프레이는 할리 퀸이 하드 캐리한다.

그리고 액션 영화이다. 

아무래도 이점 때문에 다들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는 한계가 있을 텐데

나는 그 한계를 아주 영리하게 극복했다고 본다. 

버즈 오브 프레이의 액션은 정확히 내 취향이었다. 

 

나는 일단 맨주먹으로 하는 액션을 좋아한다.

리얼하게 개싸움 하는 것보다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계산된 액션을 좋아한다. 

마블 영화의 경우 한때는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을 보고 피가 들끓었을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너무 많은 외계 인종(?)의 등장으로 초능력이 대두되고

지구전 역시 최첨단 기술들로 한번 쏘기만 하면 다 압도하니 맨몸 액션을 향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단체로 나와서 빠르게 시선이 이동되니

멋진 액션들 마저도 제대로 음미할 수가 없었는데 

버즈 오브 프레이서 제대로 해소했다.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는 단거리 액션 이름하여 맨몸 액션이 많이 나온다. 

무기라고 해봤자 어쩐지 장난감 같은 (실제로도 폭죽이나 물감이 나오는) 총, 나무망치, 야구 배트 같은 것들이다 보니

초능력이나 최첨단 무기 등 마블 액션에 익숙해진 채로 보면 다소 띠용 스럽다. 

저게 진짜 공격이 된 건지 너무 허술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보면 맨몸에서 나오는 액션에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모용 1회성 캐릭터들이 '완전 죽음' 상태보다는 '잠깐 정신 잃음' 상태로 마무리될 때가 많아서 좋았다. 

누군가를 이기고 제거하기 위해 꼭 죽일 필요는 없지 않나?

사실상 그 모든 적들은 상대적 악인이고 나를 방해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쓰러트리는 건데

잠시 공격 불가의 상태로 만들어 놓으면 됐지 굳이 죽일 필요가 있나 늘 고민했었다.

그래도 인간 목숨인데 너무 쉽고 고민 없이 낭비하는 것 같아서 찜찜했는데

(물론 할리 퀸에서도 이름 모를 캐릭터들이 죽으며 잔인한 장면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이런 고민이 해소되었다. 

 

많이들 하는 우려와 달리 마고 로비는 액션을 아주 기가 막히게 소화한다.

후기를 보다 보면 마고 로비 액션을 폄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금발 미인이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여성 액션에 대해 전반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맞고 있는 사람들의 오버 액팅에 압도되어서라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갈릴 요소일 텐데 맞는 사람들이 아주 오버 액팅을 한다. 

정말 찰지게 맞는다. 

(비가 와서, 무능해서와 같은 개연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성심성의껏 맞아 준다.) 

맞는 사람들이 너무 찰지게 맞으니까 절로 시선이 그쪽으로 가게 되고

시선이 옮겨지니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는 할리 퀸의 몸짓을 끊어서 받아들이게 된다. 

나 역시 1차 관람을 했을 때는 액션이 뚝뚝 끊긴다고 느껴져서 신선함을 느꼈는데 (뭐가 됐든 좋게 본다. 마고 로비 짱.)

2차 관람 때에 마고 로비의 동작에만 집중해서 보니

그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액션을 보여주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버즈 오브 프레이가 액션 영화로 분류되다 보니 

억울한 마음에 할리 퀸 액션이 얼마나 볼만 한지 열변을 토했는데

액션이 구리 다한들 할리 퀸은 볼만한 영화다. 

일단 마고 로비. 

(자꾸 이런 얘기를 해서 되게 별로라는 걸 알긴 하지만)

보는 내내 '아... 귀여워...' '아... 너무 사랑스러워....' 이 말을 달고 있게 된다. (물론 끝내주게 멋지다. 그의 철학과 신념도)

누굴 의식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저 말이 정말 그냥 줄줄 새듯이 나온다.

어떻게 참을 수가 있을까?

마고 로비인데!!

 

사실 할리 퀸 하면 '남자 못 잃어'와 가스라이팅으로 점철된 이미지인데

이번 영화에서 아주 깨끗이 지워버렸다.

시작부터가 조커의 J가 새겨진 목걸이를 뜯고 시작하니 말이다. 

심지어 조커는 뭐 회상조차 안된다.

 

바로 이점 때문에 여전히 구제불능이고 계획이 없어 보이는 할리퀸이 큰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말 그대로 '해방'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 어느 것이든 중독되었던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 그 대상이 사랑이라면 말이다.

나도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랑에 독립되어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정말 건강하게 분리된 상태로 하는 사랑은 찾기가 어려운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아주 어려운 일인데 할리퀸은 아주 속 시원하게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내가 지난 영화의 할리 퀸 보다 이번 할리 퀸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해방을 주체적으로 이끌어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더 '인간적'인 모습이 었기 때문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의 할리퀸은 언제나 맹목적이고 하나만 바라보고 달렸다.

그러나 버즈 오브 프레이의 할리퀸은 매번 실낱 같은 예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랬기에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지키려던 할리가 꼬마 아이를 지키게 되는 지점이 아주 흥미롭다. 

엄청난 도덕성에서 기반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다.

처음엔 자신의 이익이 계기가 되어 시작하지만

어느새 이기적인 이타성을 발휘하여 카산드라를 보호한다.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를 지키고 애정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지점이 아주 멋진데 <이기적 유전자>가 떠오른다.

이기적인 생존의 욕망으로 점차 이타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할리 퀸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들은 마냥 혼란스럽지는 않다.

그 간격의 폭이 넓어서 그렇지 현실의 확장이다. 

사랑에 목맸다가 증오하고 경멸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의식하고

자신은 배신할 기회를 엿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다른 사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고

구차하게 변명하지만 때로는 큰 이유를 붙이지 않고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살고 자부심을 갖지만 이상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과감하게 양보하기도 하지만 이기적으로 숨기기도 하는

인간적인 할리 퀸이 좋았다.

 

할리 퀸이 매번 강조하지만

그는 백치가 아니라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다.

단지 과감하게 선택할 뿐!

번뇌에 가득 찬, 생과 사에 관련한 깊은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는 않지만

정말 단순해 보여도 실제의 삶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아끼는

할리퀸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이 누구나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이웃이라면

할리퀸은 블랙 카나리의 말처럼 동네 밉상이다.

밉상이 일 지언정 끝내 동네의 바운더리에 들어가게 되는 그런 이웃. 

누군가의 이웃으로 불리는 것은 상당한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이고 할리 퀸은 딱 그런 캐릭터인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버즈 오브 프레이를 두 번 봤는데 

솔직히 세 번 볼까 많이 고민했다.

누가 공짜로 보여줄 테니 한번 더 볼래? 하면 당근 또 볼 거다. 

사랑스러운 할리 퀸 그리고 마고 로비~

제발 할리 퀸 단독 영화가 더 만들어지면 좋겠다. 제발요.

 

 

버즈 오브 프레이는 bgm도 좋다.

앨범을 통째로 듣는 것도 좋은데

<버즈 오브 프레이>의 <Danger>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What's up danger>를 비교해서 듣는 것도 재미있다.

어쩌면 나만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danger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재미있다.

스스로를 danger라고 소개하는 동네 밉상 할리 퀸과 

스스럼없이 danger에 뛰어드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https://www.youtube.com/watch?v=3yJvOPtG6HE



https://www.youtube.com/watch?v=Y88LVU7MA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