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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터 릴리스>를 봤다

보고 나서 알았는데 2007년 작이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톰보이>에 이어 <워터 릴리스>까지 개봉된 모양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을 막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개봉하면 선뜻 보러 가게 되는 듯.

... 사실... 워터 릴리스는 계획하고 본 건 아니고 상영 표에 샤방한 포스터가 있길래 픽한 거다.

 

 

<워터 릴리스>는 약간 십대들의 긴가민가하고 도전적인 사랑 얘기인데

주인공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선 앞에서 서서 

이 선을 넘어도 되나? 내가 이 선을 넘으면 쟤는 알까? 괜찮을까? 요런 고민을 하는 게 보여서 간질간질했다.

내가 또 부업이 주책바가지이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실실 웃으면서 아 그래서 둘이 언제 마음 확인하냐고~~~ 하면서 팝콘 먹었다.

와그작-

 

<워터 릴리스>의 진짜 매력은 애매함이다.

둘이 사랑을 확인했을까?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기에도 약간 애매한데

그렇다고 둘이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어서 또 애매하다.

그게 현실적이라 좋았다.

서로 사랑을 하면서도 우리 사랑한다 라고 말하기는 좀 아리송한 그런 단계!

영화에서는 둘이 교감을 하는데 그 교감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그 지점이 미치게 좋았다.

한 명만 새되는 그 애매함!

영화관에 비치된 a4포스터를 보면 '너한테 난 뭐야?' 이런 말이 있는데

그게 아주 기가막히는 한 문장인 거 같다.

난 너한테 어떤 존재야를 눈빛으로 시종일관 쏘는 한 사람과

답을 줄듯 말듯 애매한 눈빛만 보내는 한 사람~

아주 날 미치게 한단 말이지ㅎㅎ

 

향수를 자극하는 애매함의 향연을 보면서

이거 왠지 되게 옛날 얘기 같다...

옛날에도 친구랑 유사 연애하고 진짜로(?) 하기(?) 전에 한번 해달라는(?) 얘기가 유행했었는데

요즘 애들도 이 감성인가보구만ㅋ

했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7년 작...

셀린 시아마씨... 우리 같은 밀레니얼 세대였군요.

 

지금 묘사만 보면 깜찍 발랄한 틴에이저 물 일 거 같은데 사실 그 보다는 하나 다운된 느낌이다. 

정녕 십 대가 맞나 싶을 만큼 좀 과감하고 착 가라앉은 느낌인데

얘들이 계속 중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자꾸 귀여운 거고 발칙하게 못돼도 용서가 된다. 

 

플로리안과 마리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할 거다.

사랑 앞에서는 직진인 마리는 이 일로 상처를 받았기보다는 더 잘 사랑할 거 같다.

반면 플로리안은 사랑을 쫓기보다는 계속 사람을 찾을 것 같고.

마리의 경우 플로리안을 추억할 수 있겠지만

플로리안은 마리와 함께 했던 기억으로 살아갈 것 같다.

플로리안도 그걸 깨달을 때가 온다면 아주 슬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