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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 를 읽고 들었다

1719는 일천칠백십구년을 뜻하는 숫자가 아니라

(이천)십칠과 (이천)십구년을 뜻하는 두 숫자를 이어놓은 것이다.

2017년과 2019년.

그 시간을 담은 핫펠트의 노래와 글이다. 

 

핫펠트의 첫번째 미니 앨범을 아주 좋아한다.

그때 제때 사지 못해서 중고로 찾느냐 아주 고생했는데

재작년 즈음에 손에 넣었다.

지금도 하부장이 아니라 오디오 옆에 두고 있을 만큼 좋아하는 앨범이다.

 

1719가 나온 다는 사실도 발매일 하루 전에 알게 되었는데

그렇게라도 알게 된 덕에 발매일 즈음해서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별로 재미도 없고, 그치만 다음날이 독서 모임이라 꼭 읽어야 되고

그런 탓에 1719의 책은 주말에나 읽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이미 알고 있는 <위로가 돼요>의 페이지를 펼쳐보았고

그 글을 읽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겠구나.'

 

앨범은 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위로가 돼요>는 앨범 중 가장 귀여운 '말랑 자두'이고

다른 곡들은 기대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뜻밖의 이야기지만 우리 안의 이야기다. 나도 많이 울었다. 

총 14곡이 담겨있고

각 곡마다 그에 관한 한편 이상의 이야기들이 함께 있다.

이 노래는 어떤 속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글들이다. 

 

책과 연계된 앨범, 앨범과 연계된 책이라고 하면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도 있다. 

둘의 차이는 하나는 소설, 하나는 자전적인 산문이라는 점에서 다르겠다.

성격이 다르니 우위를 매기는 것도 의미가 없지만

1917 쪽이 좀 더 곡을 음미하기에 적합했다.

앨범을 플레이 해놓고 책을 읽을 때

CD의 공회전 소리와 책장의 마지막 장을 덮는 소리가 정확히 맞물릴 수가 있어서 짜릿했다.

한곡 한곡을 들을 때마다 전주가 시작할 때 글을 읽고, 남는 잠깐 동안 가사를 훑어보면 딱 맞게 한 곡이 끝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핫펠트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싶지만 

그와 나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그냥 내 얘기나 하려고 한다. 언제나 그랬듯. 

 

 

2017년과 2019년.

나는 대학을 다녔엇고 직장 생활도 했고 백수 생활도 했었던 해다.

그리고 오늘까지 연장선을 이어보자면

...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혼자인 건 아무 상관없다.

혼자인 걸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고립되는 느낌이 드는 건 전혀 다른 얘기이다.

나에게 주었던 그 관심과 애정들이 점차 사그라드는 게 체감되고 있다. 

점점 공통분모가 줄어드니 그런 거겠지는 외면하고 싶어 만든 변명이고,

내가 얄팍한 사람이 되어서 인 것 같다.

아무도 날 궁금해하지 않는 건 참 비참한 일이구나 요즘 깨닫고 있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

예견된 일인 것 같다.

용기가 없는 나는 늘 나를 숨기기 바빴으니 말이다. 

게다가 난 먼저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스타일도 아니고.

재미도 없어진 것 같고. 

좀 시니컬해져서

버겁기만 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MBTI가 싫은데

난 enfp다. e와 i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약소하게 e가 더 강하다.

지금 측정하면 i로 나오려나?

여하튼 enfp이고 사람들은 enfp를 무슨 강아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심히 부담스럽다.

이것 보라며 친구들이 MBTI별 특성을 보내주면 시큰둥해하는 척하면서 다 보긴 보는데

안 좋은 쪽으로만 뼈 맞아서 요즘은 잘 읽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 눈치 많이 보고 속으로 상처 받고 구질구질하게 구는 거.

(근데 원래 사람은 다 이렇지 않나?..)

밝은 척하면서 살고 있는데 MBTI 어쩌고 가 내 뒤가 구린걸 다 까발리고 다니니 곱게 보이지 않는다. 

 

핫펠트의 1719가 정확히 나의 타임라인과 겹치진 않지만 수평으로 움직이면 맞아떨어질 것 같다.

1820이었으면 좋겠다.

1921은 아니기를 빈다. 

더 힘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지금의 혹은 과거의 내가 느낀 불안과 무기력함과 닮아서 순간 다들 이러고 사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나만 빼고 다들 번듯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 눈에도 내가 번듯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게 힘들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돼 버린 걸까?

 

나는 내 고통을 나누는 게 힘들다

아주 많이 힘들다.

진작 나눴으면 괜찮았을까?

용기가 없었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겠지.

뭐 힘든 일이 있냐고 물어도, 없다고 웃었다. 지금도 웃는다.

첫째로 말할 용기도 없고 둘째로 듣는 사람까지 괴롭게 만들 일일 테니까.

그래서 혼자 삭이고 혼자 버티고 혼자 이겨내고 그렇게 혼자 지낸다.

요즘은 SNS도 거의 하지 않으니 온종일 혼자일 때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넷상으로도 친구를 많이 사귀던데 어쨌든 혼자다.

 

 

그냥 이게 전반에 깔린 것 같다.

혼자인 게 좋아. 먼저 안부는 묻지 않아. 그렇지만 너는 나한테 계속 다가오려고 해 주었으면 좋겠어.

아주 고약하다. 

난 정말 이대로 관계 맺기에 쥐약인 사람 1로 살아야 되는 걸까?

아무래도 지금 체력이 바닥나서 인 거 같다.

다음 주에는 마그네슘과 비타민B를 살 거다.

 

 

오늘은 꽤 중요하게 생각한 발표가 있었는데,

솔직히 김칫국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타격이 좀 컸다.

저녁에 먹은 고추장찌개가 매워서 속이 욱신욱신한 탓이지 

먼저 들이킨 김칫국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당연히 좋은 소리를 들을 줄 알았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아닌 걸까?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나?

어떤 꿈을 가져야 되는 건가.

 

참 얄궂게도 특전으로 뽑은 타로 카드는 <satellite>였다. 

꿈을 향해 조용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멀게 느껴져도 포기 않는다면

분명히 그 꿈에 닿을 거라는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메시지였다. 

괜히 의미를 부여하면서 으쌰 으쌰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은. 

그래서 내 꿈은 뭘까?

지금 새로 정해서 밀어붙이면 그러면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