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를 읽었다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고민 끝에 샀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고민 끝에 읽었다.

 

한 때 아마추어 축구를 해서 그런지 주위에서 제법 핫한 책이었다.

그래서 진작에 사긴 했지만, 어쩐지 손이 쉽게 가지 않아 읽기를 망설였다.

그냥 책일 뿐인데도 마음 속 한켠에 축구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활약하는 선수도 아니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 눈에는 더 엉망이었을 것이다.

슈퍼슈터로 시작했던 내 목표가 주춤주춤하더니 점차 줄어들었고, 

그러면서도 더 잘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친했던 동료가 (아마 농담으로 했겠지만)

나 없는 자리에서 나를 '벤치 신세'라고 언급한 것은 꽤나 서운한 일이었다.

아마 본인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뼈 아픈 농담을 할 정도로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만약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농담이 아니었다면 더 슬플 것 같다.) 

남 없는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고 다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니까.

그렇지만 전해 들은 그 이야기로 인해

나의 짧다면 짧은 축구 인생 3년은 다소 즐겁지 않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무용담을 이야기 하려다가도 

'나깟게 무용담이랍시고 떠들어도 되나...' 등의 이유로 검열하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 친구 처럼 축구를 잘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항상 엔트리에 들었던 그 친구처럼 선발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다. 다 맞는 말이니까!

 

어쨌든 부담감을 제쳐두고 읽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다시 축구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니면서도 가끔씩 운동장을 뛰면서 땀을 흘리는 그 쾌감이 그립다. 

어쩐지 지금 다시 뛰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까지 생겼다.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 중 몇은 다른 축구 클럽에 가입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촉매가 된 것 같다. 

게다가 새로운 친구, 아예 다른 장르의 친구를 사귀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엔 순 영화모임 독서모임 친구들 뿐이니까.)

지금 하고 있는 운동으로 체력을 증진시키고 나면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축구하고 싶다. 

 

축구부에 가입을 하려면 일단 축구부가 있는 지부터 확인해야 되고 이것저것 찾아 볼게 많겠지만

그전에 여자 축구 이야기를 좀 듣고 싶었다. 

축구부를 했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K리그는 물론이요 유명 해외리그 한일전 같은 국가전도 전혀 보지 않는지라

축구라고는 나와 내 친구들 이야기 밖에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축구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더 달구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똑같구나.' 이다.

아마 아마추어 팀이라 더 공통점이 많았는 지도 모른다. 

전술을 짤 때 일단 뻥 차라고 일단 앞으로 차라고 하는 게 우리 팀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서 웃겼다. 

다른 점이라면 연령대와 규모 정도?

우리는 전원이 대학생에 스무살 초반이었는데 이십대 부터 오십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

여자 축구부의 주축이 40대와 50대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글을 읽으면서 정말 몇차례는 웃음이 크게 터져나왔고 몇 차례는 눈물이 쏟아졌다.

밑바닥에서 부터 진실되게 우러나오는 진한 공감이었다.

웃음이 날 때는 '와 진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알지 알지. 다들 그랬지.' 

울음이 날 때도 '와 진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알지 알지. 다들 그랬지.'

어떤 심정으로 뛰었을 지 너무 잘 이해가 되서 감정이 동기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공감이 잘 되서 여자축구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해졌다.

작가와 같이 땀을 흘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동질감이 드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더 크게 공감했던 것은 작가보다는 작가의 동료들이다. 

원래부터 축덕이었던 작가와 달리 나는 축덕이 아니다. 

친구 따라 강남 온 그런 공잡이.

고등학교 친구가 가입을 권해 '네가 정말 축구를 한다고?' 하다가 가입했다.

그렇다고 축구와 완전 초면은 아닌 것이 남자 형제가 많아 집에서도 축구를 종종했다.

축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축구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막 축구 였고

체력과 체격이 비등비등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당연 내가 활약했지만 (당시 발기술이 좋았다.)

그 후 부터는 '발리는'것이 자존심 상해 축구를 멀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60명이나 되는 또래 여자애들과 축구를 하게 되다니!

경력(?)이 있음에도 빛을 본 건 3월 한달 뿐이고 그 다음부터는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다. (내 활약은 오로지 나만 안다.)

작가가 서술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관찰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더 웃겼던 것 같다. 

 

다시 축구를 시작하게 될 지 안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읽었을 때의 의도와 다르게 짧았던 축구 인생을 회상하게 해주는 그런 고마운 책을 알게 되었다. 

 

여자 축구

아마 이제는 여자가 무슨 축구냐는 등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겠지만

여자와 축구의 조합이 전혀 낯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가나 필라테스 처럼 그냥 착 달라 붙는 말이 되면 좋겠고

'저도 축구를 했거든요.' 하면 자기도 짧든 길든 했었다고 대꾸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축구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사실 몸에 얼마나 좋은 건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워낙 많이 다치니까)
팀을 이루어서 땀을 흘리는 것은 값진 경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같이 땀을 흘렸다는 이유, 몸을 부대꼈다는 이유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어마어마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생각보다! 훨씬!

 

 

 

 

 

 

 

 

 

 

'' 카테고리의 다른 글